자유의지는 환상일까
우리는 흔히 “내가 선택했어”라고 말한다.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오늘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사람을 사랑할지까지 모든 결정이 내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핵심적인 자부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우리는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는 걸까?
신경과학자 벤자민 리벳의 실험은 자유의지에 대한 기존의 믿음에 큰 균열을 가져왔다. 그는 뇌에서 특정 행동을 준비하는 ‘준비 전위’라는 전기 신호가, 사람이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수백 밀리초 전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뇌는 이미 ‘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우리의 의식은 그것을 뒤늦게 인식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만약 우리의 행동이 뇌의 무의식적인 신경 활동에서 비롯된다면, 자유의지는 단순한 착각에 불과한 걸까?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결정론자들은 세상 만물은 인과율에 따라 움직이며, 인간의 생각과 행동 역시 앞선 원인에 의해 결정된 결과라고 말한다. 유전자, 환경, 과거의 경험, 신경 화학적 상태까지 모든 것이 얽혀 우리의 선택을 미리 규정짓는다는 주장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내가 선택했다’는 말은 단지 뇌에서 발생한 복잡한 계산의 결과를 우리가 주관적으로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유의지에 대한 반론은 단순히 과학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우리가 진정 자유롭지 않다면, 인간의 책임이라는 개념도 무너진다. 도덕적 판단과 법적 처벌의 근거 역시 흔들린다. “그는 원래 그런 성향이었다”는 말이 범죄를 정당화할 수 있을까?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행위에 책임을 묻고, 반성하고, 사과하고, 용서받기를 바란다. 이는 자유의지가 단지 뇌의 활동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맥락에서 기능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말한다. “우리는 자유롭도록 선고받은 존재다.” 그는 인간이 본질 없이 세상에 던져졌고, 그 후에 삶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존재라고 했다. 자유는 인간 존재의 전제이며, 그 자유는 때로 고통스럽고 두렵다. 우리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그 선택의 결과도 모두 떠안아야 한다. 선택하지 않는 것조차 선택이며, 그 책임은 오롯이 우리에게 있다.
자유의지가 뇌과학적으로 환상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환상은 사회를 유지하고,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유의미한 허구다. 설령 우리가 뇌의 결정대로 움직인다 해도, 우리는 그 과정을 스스로 설명하고 정당화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인간다움이다.
어쩌면 자유의지는 실체가 아니라, 우리가 믿어야 할 신념일지도 모른다. 신념이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더 깊이 사유하게 만든다. 자유롭다고 믿는 그 순간, 우리는 책임감 있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며, 그 자체가 자유를 실현하는 방식일 수 있다.